추석무렵, 몇 번을 다녀온 곳이지만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지름길을 놔두고 자꾸만 돌아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내 머리속의 길을 달려 주차장.
성문을 들어서니 찰떡을 메치고 있어서, 경험은 없으나 힘으로 떡메를 치다. 어깨가 금방 뻐근해졌다.
아이들이 망아지처럼 달려간다.
어느새 보았는지 널뛰기에 올라있다.
한 녀석이 구르면 반대편 녀석이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잡지못해 넘어진다. 그래도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까르르 웃는다.
옛 초가집, 옛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낙안읍성!
꾸며놓은 대장간 앞에 다듬이 돌과 방망이가 놓여있다.
아이들이 방망이를 부지런히 두드리지만 박자가 안맞아 귀에 거슬린다.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멍석 위에 앉아 젊은시절을 기억하 듯, 곱디고운 새악시 시절 시집살이를 반추하 듯 방망이질을 하는 데 힘들이지 않아도 그 소리에 가락이 실려있고 귀가 즐겁다.
잘 깎아 만든 장승, 장승들
웃음인가? 눈물인가?
도통 읽기 힘든 얼굴 표정. 익살인가? 해학인가? 슬픔과 아픔의 승화인가?
제법 규모있는 관아를 돌아가니 장독대가 눈에 들어온다.
장독대 앞에 수줍게 피어있는 접시꽃.
그 꽃씨를 뿌린사람의 예쁜 마음이 전해진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한 구절도 생각난다.
읍성을 올라 걷는다.
사랑이야기. 이별이야기, 전쟁이야기, 도망이야기 별별 사연이 담겨있을 읍성을 걷는다.
햇살이 참 좋다.
성 밖의 초가 한 채, 외동 떨어진 초가집은 외로움인가?
늦게 피었다가 지는가?
상사화는 늦가을에도 붉다. 일편단심 그리움 문득 느껴진다.
마음이 따스하다. 목숨을 걸어도 좋은 것이 사랑이나니......
민초들! 풀처럼 힘없으나 풀처럼 강한 백성들.
그 백성이 있어 나라가 존재했나니.
이름없는 그 백성들이 진정 역사의 주인공이었음을 그 누가 부정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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