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라

지금, 그곳에는......

然山 2008. 10. 7. 16:36

故 이청준 선생의 생가(生家)인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선생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성공하기 이전에는 결코 고향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더랍니다.

그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로 중학교 진학을 위해 유학을 가야하는 데, 방 한 칸 얻을 돈이 없어서......

친척집에 얹혀 지내기로 했는 데요,

처음 찾아가는 친척집에 가져갈 선물이 없어서 어린 이청준과 어머니는 집 앞 바닷가 뻘에서 칠게(식용이 가능한 작은 게인데 껍질이 연하여 통째로 간장에 졸여 반찬으로 먹음)를 한 망태 잡았다지요.

지금이야 광주까지 두 시간이 채 소용되지 않지만, 그때는 교통이 불편하여 하루가 꼬박 걸렸다지요.

가져간 칠게는 이미 죽어 곪아버려 냄새가 진동했답니다.

그 칠게 망태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친척의 모습에서 마치 이청준 자신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기분이었답니다.

그래, 가난만 안겨준 고향에는 결코 돌아가지 않으리라......다짐했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고향이 자꾸만 부르더랍니다.

결국 고향과 화해하고 고향을 가슴으로 안았답니다.

고향을, 어머니를 소재로 꽤 많은 작품을 남겼고요.

지금은 고향의 품에 안겨 영면에 들었답니다.

그 고향의 초입에는 지금 한창, 메밀꽃이 한창입니다.

눈부시게 하얀 메밀꽃이 서럽게, 서러웁게 피었습니다.

봄,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였던 그곳에 말입니다.

이청준의 영혼이 메밀꽃과 더불어 고향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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