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세상사람 이야기

......락(......樂)

然山 2012. 6. 18. 22:58

내 친구의 형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이 식당을 하신다.

늘 겸손하시고, 베풀기를 좋아하신다.

그 식당에 가면 액자 하나가 걸려있는 데, 그 액자 속의 한자를 읽기 어렵다.

좀 무식한 표현으로 검은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니 말이다.

정자(正字)로 써놓아도 읽어낼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운 데, 이 한자는 행서인지, 초서인지, 해서인지 도통 알지 못하겠다.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나누고자 그 식당에 갔을 때, 알 수 없는 액자를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형님, 왈~

"오야, 형종이, 그 한자를 다 읽으믄 오늘 저녁 술값은 내가 낼라네....."

술값을 받지 않겠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글자쯤 모르겠나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나름, 국가공인 2급 한자 실력이니, 보란듯이 읽어내어 우쭐거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 맞다.

어느새 친구들도 액자가 뚫어져라 응시하며 나름대로 음(音)을 읊조린다.

허나, 어느 누구도 한 글자도 읽지 못한다.

어떤 친구는 아예 가나다 순으로 요행을 바란다.

'가, 각, 간, 갇, 갈, 감,갑,갓, 강, 갖......'

이 친구의 어뚱한 짓(?)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오고....

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형님, 저그, 끝자가 <락>이 아니요?"

"오메. 맞았네. 내가 소주 한 병 꽁짜로 줌세."

다 몰라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한 글자라도 맞춰서 우쭐하였나니.....

그 뒤에 형님이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는 다 가르쳐줘서 지금은  액자의 한자를 다 알고있다.

내 여기에 사진을 찍어 올리노니 이 한자성어를 앍을 수 있는 분은 연락하시라, 내, 술 한 잔 사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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