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규모가 작은 시골학교입니다.
전교생이 불과 60명이 채 안되는 학교지요. 한 반이 많아야 12명, 작은 반은 6명에 불과한 학교지요.
그래도 규모가 큰 학교와 다를 것 없이 각종 행사를 치루지요.
봄이면 청군, 백군 나눠서 운동회를 하고, 소풍을 가고, 학예회도 합니다.
지난 2월 18일에는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13명이 졸업하여 한 명만 읍내권 중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인근의 중학교로 진학했어요.
졸업한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도 주어졌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운영위원회에서, 노인회에서, 농업경영자협의회에서, 자율소방대에서...... 관내에 소재한 여러 기관단체에서 작은 금액이지만 정성을 모아 장학금을 보내주었지요. 졸업생 전부에게 장학금이 돌아갈 형편이 못되어 우리 교직원이 성금을 모아 졸업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어 중학교 진학을 축하했습니다.
졸업생 13명과 관내 축하객 10여분 학부모, 4,5학년 재학생, 교직원.... 불과 50여 명이 강당에 모여 졸업식을 가졌습니다.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받고, 졸업 앨범을 받고, 장학금을 받고, 상품을 받고.... 꿈을 발표합니다. 2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거라는 꿈을 발표하고, 도자기로 미리 제작해 놓은 꿈단지에 자신의 약속이 담긴 증서(證書)를 곱게 접어 넣습니다. 20년이 지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모교에 찾아와 자신들의 꿈단지를 열어보며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겠지요.
어떤 아이는 꿈을 이뤘을 것이고, 어떤 아이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고, 어떤 아이는 꿈이 바뀌어 성취, 혹은 꿈으로 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고, 또한 세상살이 버거움에,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바빠 20년 뒤에 함께 꿈단지를 개봉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꿈을 발표하고, 지난 6년간의 생활이 담긴 슬라이드를 상영하고, 졸업가를 부릅니다.
후배들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먼저 선창을 하면, 졸업생들이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답가를 부르고요. 함께 3절을 제창합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시골학교의 순수한 어린이들이지만, 예전처럼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알고 있는 까닭인지 모릅니다.
여기저기 모여 사진을 찍으며 꽃같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어쩌면 함께 중학교에 진학하니 헤어짐을 경험하지 않기에 눈물은 필요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시골의 작은 학교라서, 1학년 때부터 졸업 때까지 계속 1반이지요. 단 한 번도 반이 바뀌고, 친구가 바뀐적이 없는 아이들은 중학교에서도 줄곧 같은 반으로 지내게 되겠지요.
그래서 어쩌다 누군가 전학을 가게되면 학교는 술렁입니다. 또 전학생이 오게되면 그 아이는 단박에 스타로 발돋음하고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학생들 모두가 서로를 너무나 잘압니다. 누구네는 엄마가 가출을 했고, 누구네는 소(牛)를 몇 마리 기르는 데 새끼를 언제 낳았는지......
졸업식이 끝난 며칠 뒤 우연히 6학년 교실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축제로 끝내던 졸업식, 그래도 졸업은 졸업인지라 다소간 아쉬움이 많았는지 칠판 가득 써놓은 글들.... 선생님 감사해요...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선생님과의 작별... 정든 교실과의 작별. 그리고 졸업을 자축(自祝)하고....
졸업식이 끝나고도 아쉬움에 얼른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하나, 둘 교실로 모여들더니, 선생님과 한참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더군요. 아이들이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 남겨두고 간 꽃다발들이 책상 위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더군요. 봄방학 동안을 그렇게......
봄방학이 끝나고 학교는 새로운 가족을 맞았습니다. 입학식!
올해는 8명이 입학했습니다. 13명이 졸업하고, 8명이 입학했으니 전교생이 무려 5명이 줄었네요.
게다가 도시로 전학을 가려는 아이가 세 명이나 되니까 조만간 학생들의 숫자는 더 줄어들 상황입니다.
8명의 입학생도 다양한 가족구성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부모, 혹은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학교에 다니게 될 아이들, 다문화 가족들, 편부, 편모와 생활하는 아이들..... 불과 8명의 입학생이지만 사연들도 많습니다.
유치원도 함께 입학을 했어요. 기존의 유치원을 제외하면 새로운 얼굴은 6명인데, 여기도 사연은 다양합니다.
노란 왕관을 쓴 녀석들이 초등학교 입학생이고, 뒷 줄의 노랑 가방과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이 유치원생들입니다. 1학년은 학용품을 선물로 받고, 유치원생들은 원복과 사탕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축하했습니다. 재학생 언니, 오빠들은 힘찬 박수로 동생들을 맞았고요. 입학식에 함께하지 못한 부모, 할머니가 많았지만 몇 분은 아이들을 입학식에 데려와 흐뭇한 표정을 지더군요. 학교에서는 따뜻한 차(茶)를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시골은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게다가 워낙 출산율이 낮아서 해마다 신입생은 줄어갑니다. 올해 82회 졸업식을 하면서, 최고 1,300여 명의 재학생이 있었다는 이 학교가 언젠가는 신입생이 끊기고, 마지막 학년이 졸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폐교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런 현상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씁쓸한 졸업식, 축하와 기쁨만이 넘쳐야했을 입학식의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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