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족 이야기

작은 농장을 일궈가며......

然山 2010. 7. 4. 22:54

 

친구가 밭을 조금 분양해주었습니다.

지난 초봄 시장에서 고추모를 사와서 두 아들녀석과 함께 심었습니다.

풀을 매고, 퇴비를 뿌리고 비닐을 멀칭하고요.

퇴근하고 고추모를 심기 시작한지라 사방이 어둑해져 고추심기가 끝났습니다.

 

 날마다 퇴근길에 밭에 들러 물을 주고, 풀을 뽑아주었습니다.

고추꽃이 하얗게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나무를 구해서 말뚝을 박고 노끈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작은고추들이 맺히고..... 이제는 퇴근길에 물을주고서 네,댓개의 풋고추를 따서 집으로 향합니다.

제법 매운맛이 들어서 아이들은 먹지 않지만 된장에 찍어... 좋은 반찬입니다.

 고구마도 시장에서 사다가 땅에 묻었더니 새싹이 돋았습니다.

그 새순, 줄기를 꺾어 땅에 심었더니 줄기 끝에서 뿌리가 내리고 덩쿨을 만들며 커가고 있습니다.

 단지, 줄기를 꺾어 심는 데 뿌리가 생기고, 그 끝에서 고구마가 맺힌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게다가 줄기를 꺾어 심으면 뿌리가 내리고 수확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또한 조상들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은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옥수수 사이에는 풀들이 키가 자자 옥수수의 키와 비슷합니다.

사실 열심히 풀을 뽑지만 생명력이 강한 잡초들을 모두 제게하기 힘듭니다.

뽑고, 또 뽑아도 풀들은 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립니다.

텃밭을 일구고 제초제를 뿌렸다면 잡초들이 훨씬 적었겠지만 우리 가족이 먹을 농산물에 농약을 뿌리기 싫었습니다.

텃밭이 들판 한 가운데에 위치해서 엄청난 풀과의 전쟁입니다.

 풀 속에도 호박잎은 무성히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친구가 기르는 개입니다. 몸집은 작지만 사실 어른 개랍니다. 일명 '발발이' 품종입니다.

얼룩개입니다. 바둑이....

 우리 강아지입니다. 근무하는 학교의 선생님의 개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데 분양 받았습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슴에 하얀 털이 반달 모양으로 박혀있습니다.

반달곰과 비슷한 문양이어서, 아들들이 합의해서 강이지의 이름을 '달곰'이라 지었답니다.

반달곰에서 '반'자를 빼버리고.....

 처음 분양받아 온 날 텃밭 귀퉁에서 곤히 잠들었습니다. 엄마를 떠나온, 이별의 아픔을 모르는지 태평천하로 잠들어 있습니다. 체념? 포기? 아니면 현명?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가항력.....

근데, 이 강아지가 현재 사라졌습니다.

목줄이 너무 헐렁해서 줄에서 풀리고 말았는 데 조금 자라면 묶어 키우려했습니다.

강아지가 제 집 주변에서 잘 지냈는데 분양받은지 보름이 채 안되어 사라졌습니다.

아마 누군가를 따라갔거나, 누가 데려가버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텃밭 부근을 샅샅히 찾아보려합니다만, 찾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디, 어디에선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아이들이 키우는 토끼입니다.

 

작물을 심고 키우는 일...

동물을 기르는 일.....

이 모든 일이 아이들의 정서에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텃밭으로 하루에 한 번, 비가 내리건 천둥이 치건 강아지 밥과. 토끼밥을 주러 다니는 아이들.... 책임감을 키워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토끼를 키우고 싶다며 먹이를 책임지겠다고 약속을 했었고, 잘 지키고 있습니다.

먹이를 챙겨주러 텃밭을 가는 일이 학원을 가는 일보다 훨씬 의미있고, 뜻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