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도시락
인터넷에서 재미난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대형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학교 급식실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인 듯 합니다.
점심시간, 배식을 기다리며 줄을 선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과 반찬통과 식기와 수저, 젓가락 등을 엎어버린 모양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반찬은 돼지고기 볶음입니다.
장난을 친 아이들은 선생님께 엄청 꾸중을 들었을 것이고, 급식실에서는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 학생들의 점심을 해결했을까요?
이 사진을 보고 웃다가, 문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때, 교실에는 화목보일러가 놓여 있었지요. 선생님이 어디선가 주워온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고, 보일러 옆에는 모래가 가득한 분유깡통과 갈고리가 걸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이야 소화기가 흔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모래와 물과 갈고리로 불덩이를 끄집어 내려는 것이었는지 그렇게 갈고리가 준비되어 있었지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면선생님은 아이들의 도시락을 거두어 난로에 올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주번에게 주전자를 가져오게하더니 도시락의 뚜껑을 열고 물을 붓는게 아닙니까?
밥에 물을 부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걱정이 엄청 되더군요.
물을 부어야만 밥이 타거나 눌지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입니다.
도시락은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부잣집 애들은 소시지나 계란후라이를 싸왔고, 대부분은 배추김치, 깎두기, 마늘장아지, 단무지, 멸치볶음......
아니, 도시락은 이미 뒤죽박죽되어 비빕밥이 되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한참을 놀다가 해가 뉘엇 넘어갈 때, 집으로 뛰어가노라면 도시락 속의 젓가락이 딸각거리며 박자를 맞춰주던 추억의 도시락, 그리운 도시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