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족 이야기

백제의 한(恨)과 꿈

然山 2010. 3. 9. 16:18

 

2008년 12월. 한 해를 마감해갈 즈음에 길을 나섰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그리고 총각시절 한 번 가봤던 곳 - 백제의 꿈과 한(恨)이 서려있는 곳 중의 하나인 부여와 서해안 바다가 펼쳐진 충남 서천으로 떠난 여행길이었습니다.

 광주에서 호남고속도를 달리다가, 대전에서 국도로 접어들어 부여의 인근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아이들이 자장면을 먹겠단다. 나는 쾌재를 부를 수 밖에. 돈이 절약될 판이니.....

부소산성을 찾아가는 데, 길가에 위치한 안내판. 백제 왕릉원이다.

집채 크기의 7기의 왕릉이 위치한 곳이다. 이 고분들은 성왕(재위기간 523-554)이 사비(현재의 부여군)에 도읍지를 두고 있을 때, 왕과 왕족의 무덤이며,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도 모셔져 있다. 그러나 의자왕의 왕릉에는 시신이 묻혀있지 않다. 백제가 서기 660년에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망하고 의자왕은 당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그 시신은 당나라 북망산(중국  허난성 부근 - 우리가 북망산천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데 실제 중국에 북망산이 있으며 그 산은 낮은 야산이라 한다)에 묻혔으며 백제 왕릉원에는 혼백(魂魄)만이 모셔진 것이다.

 부소산성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에서 관람권을 구입했다. 유명한 관광지라 카드 결재도 되었다.아이들과 함께 잘 닦여져 오히려 정취가 사라진 포장길을 걸어 올라간다. 그래도 잿빛 시멘트 포장이 아니라 박석(薄石)을 깔아 놓아 그나마 다행이다.

여느 관광지와 다를바 없이 식당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한 구비 돌아가니 단풍이 한창이다. 참 예쁘게도 물들었다. 하나의 계절을 맺음하는 시기, 한 해를 마감해가는 그 '끝'이 아름다워 세상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온다.

우리네 삶도 그래야할 것이다. 처음보다는 나중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20여 분을 한가롭고, 여유롭게 단풍길을 걸어가니 고란사가 눈에 들어온다.

많이 알려진 사찰이지만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도량(道場)이다.

뒷쪽으로 돌아가니 고란사 약수터와, 고란초가 반긴다. 고사리를 닮은 듯한 모습이다.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려 지금은 멸종의 위기란다, 유리관과 철책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놓은 것이 영 안타까울 뿐이다.

약숫물이 고인 곳이 깊어 손잡이가 긴 바가지로 떠서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하다.

 

고란사를 뒤로하고 오솔길을 따라가니 그 유명한 낙화암이 나온다. 낙화암 위에 세워진 '백화정'

그 백화정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바라본다. 강물도 일렁이고, 강가의 억새도 일렁인다. 뿐이랴, 내 마음도 일렁이며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것이었다.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은 나라를 보살피지 않고 삼천궁녀와 더불어 퇴폐적인 나날을 보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거짓의 기록이다.

의자왕은 현명했고, 정치적으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북방의 광대한 국토를 소유한 고구려와 당나라와 동맹을 맺은 신라의 틈새에서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부국강병을 꿈꾸었던 왕이다. 특히 선왕(先王)에 대한 효성이 극진했다고 한다. 백제가 서기 660년에 신라에 패망한 것은 의자왕의 실정(失政)이 아니라 귀족들의 사리사욕과 지나친 사치가 원인이 되어 백성이 핍폐하였고, 그 결과 국력이 쇠퇴했던 것이다.

지금도 기득권의 병폐를 개혁하기 쉽지않듯 그 시대도 별다르지 않아 백제가 망한 것이다.

무엇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입장에서 기술했던 삼천궁녀의 얘기는 완전한 픽션이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 당시  나라의 규모나 재정상태, 인구를 감안하면 삼천궁녀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삼천궁녀가 하루에 소비할 식량과 삼천궁녀의 숙소만을 생각하더라도 궁궐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어야 하겠는가? 

백제를 침공하여 멸망시킨 신라는, 상대국을 공격하여 멸망시킨 당위성이 필요했고, 그 당위성을 널리 퍼트려 식민의 백성이 되버린 백제국 백성의 저항을 꺾어내기 위한 술수에서 비롯된 허구의 역사이다. 존재하지 않은 삼천궁녀를 등장시켜 도탄에 빠진 백제의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백제를 침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꾸며낸 것이다.

백제의 한(恨)을 뒤로하고 백마강 포구로 향한다. 황포돛대를 올린 배를 타고 백마강을 거슬러 가볼 참이다.

누정(樓亭) 하나가 나타난다. '백마장강(百馬長江)'이라 현판이 붙어있다.

하얀 말(馬)이 긴 강을 이룬다...는 뜻이 아닌가?

이 말(言)이 꼳 백제의 꿈이 아니었을까?

말(馬)은 교통수단이지만 무엇보다 농사를 위한, 군사력을 위한 필수적인 동물이었다.

말이 강을 이룰 만큼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국력이, 군사력이 강력함을 뜻한다. 말이 강을 이루도록 부국한 나라로 부흥시켜 삼국을 통일하고 싶었을 백제의 꿈이 느껴진다.

황포돛대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이제, 국립 부여박물관을 찾아갈 참이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대로 향하는 데,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이룬곳을 만난다.

정림사터(址)다.  그 큰 가람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남은 정림사지 5층 석탑 앞에서 둘째가 자세를 취한다, 큰 녀석은 사회시간에 배웠다고 들뜬 목소리다. 국보 9호로 지정된 이 탑은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를 이 탑에 남겨놓아 한때는 평제탑이라 불리웠다니 역사의 아픔이요, 백제의 한이 아닐 수 없다.

 

충청남도 서천군으로 향한다. 지도에서는 30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서천이 생각보다 멀다. 게다가 고속도로를 뚫느라 길도 구불구불하고 여기저기 공사판이어서 참으로 운전하기 쉽지가 않다.

 

 

한산 모시 박물관을 먼저 찾았다. 마침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한낱 풀(草)의 껍질을 벗겨 삶아, 탈색(脫色)시키고 섬세하게 껍질을 나누고 갈라서 두 가닥의 모시갈래를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는 낮에는 논밭에서 일하고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허벅지에 비벼 꼬아 실(뭉치)을 만들었지요. 그 실뭉치를 베틀에 날줄과 씨줄로 걸어 한땀한땀 가늘고 고운 베를 짜서 옷(감)을 만들었나니......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던 할머니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녀석들이 주차장에서 낙엽을 날리며 한바탕 재미지게 웃는다. 집을 떠나와 새삼스레 만난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지 떨어져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모아 공중에, 하늘에 흩뿌리며 가을을 온몸으로 느낀다.

제법 늦은 시간에 충청남도 서천군 마량항 초입의 숙소에 도착했다. 예약해 놓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창문 밖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일텐 데 밤이라서 그냥 불빛들만 눈에 들어온다.

큰 녀석이 갑자기 묻는다.

"아빠, 이 방 얼마주고 빌렸어요?"

"왜?"

"아니, 나중에 신혼여행 가면 이정도는 얻어야 될 것 같아서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모텔이 제법 마음에 들었나보다.

밖으로 나와 10여 분을 달려  마량항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는다.

농어회...값은 비싼 데 맛(물냄새가 심했다)이 별로다. 매운탕도 형편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맛있단다. 밑반찬으로 나온 돈가스 몇 조각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새벽,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라해서 어둠을 뚫고 바닷가로 나갔지만 날씨가 흐려 구름 속의 해를 만났다. 아이들이 작은 조개껍데기를 몇 개 줍고...... 짐을 챙겼다.

 

  

10여 분 달려 마량리 동백숲에 도착했다.

서천의 마량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있다. 이 숲의 명칭은 '마량리 동백 숲'이며 조그만 동산으로 서천군의 서쪽 바다와 마주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 숲 정상의 동백정(冬柏亭)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이다. 기둥 사이로 작은 섬,오력도가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는 누각을 지을 때 광활한 바다에 박힌 섬이 한 눈에 들어오게끔 배치한 것임을 짐작 할 수 있다.

겉은 허름했지만 왕래객이 눈에 띠는 식당에 들어갔다. 밤샘 낚시를 즐긴 낚시꾼, 혹은 낚시를 떠나려는 낚시꾼들로 가득하다. 맛도 뛰어나고 인심도 푸지다. 참 맛있는 아침식사였다.

원래, 신성리 갈대밭을 들리려고 했는 데 하필 공사중이어서 접근이 어렵단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군산 세계 철새 축제장으로 향한다. 길을 따라 펼쳐진 바다에는 철새들이 떼를 이뤘다.

가끔씩 떼를 지어 비상하고, 가끔 떼를 지어 바다에 앉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아래의 내용은 군산시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내용임을 밝힌다.

 

전국 최초이자 국내 최고의 매머드급 360도 회전식 조망센터로 금강일대의 철새를 쉽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조망시설 외에도 조류공원과 철새신체탐험관, 부화체험장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 단위 생태교육장소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철새조망대의 다양한 모습, 연못, 조망탑의 야경, 망원경, 조류공원 등, 상세설명은 아래내용 참고

 

조망대 (조망탑 11층)
철새 및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망원경 및 대형 PDP 가 설치되어 있다.

 

상설전시관 (조망탑 1층)
조류의 진화과정과 철새들의 장거리 비행원리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패널과 생태 디오라마, 정보검색대 및 3D 철새 컨텐츠 키오스크 등이 설치되어 있다.

 

3D 입체영상관 (조망탑 1층)
초대형 120석 규모로 철새들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고, 학회 및 심포지엄의 개최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족관 (조망탑 2층)
금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및 희귀어류, 수서생물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년중 각종 특별 전시물을 볼 수 있다.

 

동물표본실 (조망탑 2층)
희귀동물 및 금강에 서식하는 조류를 중심으로 된 박제표본 전시관으로 서식 특징에 따라 체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곤충 디오라마관 (조망탑 9층)
곤충들의 서식형태를 인조목 및 국내외 곤충표본을 이용하여 생동감 있게 표현한 곤충표본 체험관이다.

 

조류공원
물새장, 산새장, 맹금사, 소조장(앵무새 등)과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등 전국적인 규모의 생태체험학습 시설이다.

 

부화체험관
부화의 상징성을 반영한 전국 최초의 알모양 건물로 1층에 60여종의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서 자라는 전 과정을 볼 수 있고, 2층은 조류 생태학습 자료실로 꾸며져 있다.

 

식물생태관
식충식물, 자생식물, 아열대식물, 선인장 등 170여종의 식물들과 인조동굴을 설치하여 디지털 아트, 폭포와 안개효과 연출 및 연못을 조성하였고 앵무새장과 소조류를 방사하여 새와 함게 관람하는 사파리형 관람시설로 조성되어 있다.

 

철새신체탐험관
가창오리의 외형 및 기낭, 모래주머니 등 내부구조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체험학습장이다.

 

인공폭포
철새조망대 입구에위치한 인공폭포는 낮시간에는 시원한 물줄기로 여름철 관광객의 땀을 식혀주고 밤에는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여 철새조망대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생태연못
생태연못은 갈대밭이 조성되어 있고 비단잉어 및 각종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갈대 등의 물풀을 이용한 자연정화시설로 항상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철새탐조회랑
탐조객들에게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추운 겨울 따뜻하게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탐조시설이다.

 

회전레스토랑
10층 회전 레스토랑은 내부 자체가 360도 회전하여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맛의 고장인 군산의 깔끔한 음식 맛을 만끽하면서 금강 주변 전경과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