然山 2010. 2. 8. 15:17

산(山)과 강(江)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터를 잡고 옹기종기 살아간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도 자연의 일부분이고, 그 자연의 일부분은 다른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게 마련이다.

 

내가 살아가는 고장에도 호남 4대강의 하나인 탐진강(耽津江)이 읍내를 관통하고 제암산(해발 823미터) 억불산(해발 518미터), 사자산, 수인산, 가지산, 부용산, 천관산 (해발 723미터) 등이 솟아있다.

 

천관산은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그리고 강진군 칠량면에 걸쳐있다. 등산로가 대여섯 곳이 있지만 이번에는 가장 경사가 없는 장천재(長川齋)쪽 등산로를 택했다. 장천재는 장흥군 관산읍 출신의 조선후기의 유학자인 존재(存在) 위백규(魏伯珪) 선생이 공부하며 제자를 가르쳤던 곳이다.

존재 선생은, 정약용선생보다 20여 년 앞 선 실학자로 이율곡 선생이 주장했던 10만 양병설은 현실성이 없으니 향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평소에 일정 시간의 군사훈련을 시켜 유사시를 대비하자고 주장했던 분이다. 또한 양반도 평민처럼 일(노동)을 하여 부국강병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학자이다.

 

여하튼, 장천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을 시작한다.

워낙 자주 오르는 산이어서 어느 등산로든 익숙하기에 아무 곳이나 마음 편하게 오르는 것이다.

 

 

 20여 분 오르니 벌써 땀이 흐르고, 멀리 가을의 황금 들녘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뒷편의 제법 높은 산이 부용산이 아닌가 싶다.

 

어느 산이나 재미있는 전설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듯이, 천관산도 여러 가지 전설과 이야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선택한 등산로에서는 금수굴을 만났다.

바위비탈을 타고 오르면 바위에 구멍이 뚫려있는 데, 충분히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금수굴에서 황금물이 쉼없이 흘렀는 데 어느 욕심 많은 사람이 금수굴에 금(金)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파헤치면서 더 이상 황금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금수굴 내부에 흐르고 있는 물은 제법 황금색을 띠고 있다. 아무리 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으며, 물이 썩거나 악취를 풍기는 일이 없다고 한다.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규명되지 않는 신비의 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들어보니 기암괴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로가 제법 가파라진다. 등산로의 경사가 심해진다는 것은 능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고, 그 능선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사람마다 눈이 제각각이라서 어떤 이는 30만평의 능선에 억새가 펼쳐졌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5만 평이라 말하지만 눈(雪)보다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황홀경이 따로없다.

 

 

 

 

 

 

 

 

 

정상이 가까운 능선에 오르니 멀리 남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와 하얀 억새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다. 가벼운 마음은 금방이라도 새가 되어 창공으로 날아갈 것 같다. 누가 이 높은 산에 하얀 칠을 했단 말인가? 어느 솜씨 좋은 화공(畵工)의 작품이란 말인가?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천관산 정상(해발 723미터)인 연대봉에 오른다. 연대봉은 옛날에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불을 피워 적군의 침입을 알렸다고 한다. 이 봉수대는 서해안을 따라 전라북도 부안, 충청남도 해안을 통하여 긴박한 소식을 한양으로 전했다.

 

 

이제 하산이다.

산을 거의 내려왔는 데 산 속에 유난히 하얀 꽃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에 핀 하얀 꽃이 희소성 때문인지 유난히 예쁘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녹차 꽃이다. 맞아, 천관산에는 야생차가 제법 흩어져 살고있지. 군데군데 야생차가 하얀 꽃망울을 머금고 있거나 피웠다. 열매도 보인다.

천관산의 야생차는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천년 사찰 보림사를 안고있는 가지산의 야생차와 장흥을 대표하는 녹차다.

어떤 이는 말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보성의 녹차도 장흥의 야생차에 그 뿌리가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현재 보성군의 회천면 일부는 예전에는 장흥군에 속했던 땅이니까.

알맞춤으로 높고, 알맞춤으로 가파르고, 내가 살고있는 장흥읍에서 알맞춤의 거리에 천관산이 위치하고, 산행에 알맞춤으로 시간이 소요되어 산행이 아쉽지도, 지루하지도 않고, 알맞춤으로 땀이나서 알맞춤으로 운동이 되는 산, 천관산!!

누구나 가까이 하기에 좋은 산이 아닐 수 없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