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바다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참 좋습니다. 물놀이는 싫어하지만 유독 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간혹 바닷가를 찾아갑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그래봐야 40분 거리에 있는 바다로 향했습니다.
마침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길을 넓히고 아스팔트로 포장이 한창이었습니다만 중간중간 비포장도로와 아직 길을 넓히지 못한 구간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근데 도로확장과는 무관한 공사 하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양쪽이 밭이어서 자동차나 트럭이 지나갈 길도 아니고, 사람들이 지나갈 길도 아닌데 아치형 다리를 만들고 있더군요.
문득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겨우 한, 두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을 넓힐때, 지금 다리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작은 언덕이어서 사람들이 다니기에 힘들고 불편했답니다. 해서, 마을 사람들은 그 언덕을 없애버리고 길을 닦았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마을에 좋지않은 일들이 자꾸만 발생하였고, 심지어는 마을에서 단체로 관광을 떠났는데 그 버스가 전복되어 몇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니 동네에서는 큰 걱정이 아닐수 없었겠지요.
풍수지리에 조예가 있는 분의 말씀이, 마을의 재앙은 그 작은 언덕을 없애버려 마을의 상서로운 기운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했답니다.
마을사람들은 언덕을 다시 메꾸는 일도 큰 일이어서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다리를 세웠고 그 다음부터는 마을에 좋은 일만 이어졌답니다.
미신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풍수지리라는 것이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습득하여,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일에 바탕을 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뿐만아니라 사람이 자연에 대하여 경외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그리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자만심을 경계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을테니까요. 기계문명 속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공사라는 생각입니다.
기존의 사각형태의 다리 위에 건설 중인 아치형 다리가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